드디어 메스티아를 출발하여 우쉬굴리를 종착으로 하는 트레킹 마지막 4일차 당일이다. 메스티아를 떠날 때 언제 우쉬굴리까지 걸어가나 싶었는데 어느새 마지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오늘은 4일 중 가장 짧은 코스이다. 대략 4시간 정도 예상되어 아침을 먹고 다소 늦장을 부리려 배낭을 꾸렸다. 매일 배낭을 풀고 다음날 다시 꾸리면서 무슨 짐이 이렇게나 많은지 의아하다. 다른 외국인들 배낭을 보면 내 70리터 배낭의 절반 수준인 것 같던데.. 내가 욕심이 많음이 드러나는 건가 싶다. 아님 내가 추위를 많이 타는 건지..



나와 림킴은 추워서 아침 트레킹 때는 옷을 두껍게 입고 움직인다. 그래서 배낭에 절반 이상은 옷이 차지한다. 반대로 외국인들은 긴팔에 반바지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정말 의아했다. 멀 먹고 다니길래 추위도 안탄다.



아무튼 어제밤 우리와 함께 한 친절한 미국인 친구는 먼저 출발했다. 그 친구는 우쉬굴리에 도착하면 바로 메스티아로 빠져 나올거라 했다. 우쉬굴리에서 보자며 우리는 서로 기약 없는 인사를 했다. 운이 좋으면 또 볼 것이고 아니면 기억 속에 좋은 친구로 남을 여행자 간의 인사법인 셈이다.



이곳 Lalkhori 마을은 우쉬굴리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마을이다. 집 20~30채 정도 되지만 이곳 산골에서 제법 큰 마을이다. 그래서 가격 흥정도 어느정도 잘 된다. 또한 외국인들 중 일부는 우쉬굴리까지 가지 않고 이곳에서 바로 메스티아로 빠져 나가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가 출발하는 길에 만난 이집트 외국인도 메스티아로 가는 차량을 히치하이킹해서 빠져 나갔다. 




Lalkhori에서 우쉬굴리로 가는 트레킹 코스는 자동차들이 왕래하는 비포장 도로에서 200~300 미터 높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자동차들이 지나갈 때 마다 일어나는 먼지로 부터 자유롭다. 하지만 수시로 자동차들이 보이기 때문에 조금 지칠 때 마다 차를 타고 싶은 충동도 일었다. 


'저 차를 타면 금방 갈 텐데 나는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오늘도 어제와 같이 개 한마리가 우리와 함께 했다. 이 녀석은 어제 Adishi에서 쫒아 온 강아지 보다 큰 개이다. 이름은 촬리로 정해 주었다. 한쪽 눈이 싸워서 충혈되어 다소 인상이 무서웠지만 우리 주의에 소나 말이 길을 막고 있으면 촬리가 가서 쫒아 주었다. 




그 모습을 보자니 어제 강아지는 촐랑촐랑 귀여움으로 매력을 과시 했고, 오늘 촬리는 관광객을 보호 함으로써 매력을 어필 했다. 비록 떠돌이 동냥하는 강아지들 이지만 나름 생존 비법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이들의 생존 방식을 알고나니 자연스레 배낭을 열어 식량을 나누어 주게 되었다. 




오후 1시 경 우리는 우쉬굴리에 도착했다. 우쉬굴리 마을은 뒤로 설산을 배경으로 구릉지에 자리한 마을이었다. 마을 좌측으로는 빙하수가 시원스레 흐르고 있었고 마을 입구에는 레스토랑이 자리했다. 우리는 메스티아에서 한인 관광객이 소개한 숙소를 찾아 갔다. 




아쉬굴리 마을에서 위쪽에 위치한 붉은 색 집으로 가격 흥정을 했다. 그런데 주인 아저씨와 아들은 괜찮다고 하는데 딸이 깍아주기 싫다며 투덜대는 바람에 다소 난처했다. 나는 주인집  기분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에 2층 방으로 올라가 배낭을 풀고 내려와 주인집 아들이 장작을 패는 걸 도와 주었다. 그랬더니 주인 아저씨, 딸, 주인 아저씨 사촌까지 밖으로 나와 내가 장작 패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어 하는 것이다. 




예전에 수련원 가서 우연히 도끼질을 해 본적이 있어서 그 경험을 되살려 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주인집 아들이 하는 걸 보고 열심히 도끼질을 하다보니 림킴이 없다. 도끼질 하는 내 모습을 남기고 싶었던 마음에 림킴을 찾았다. 림킴은 다이닝 룸에서 주인아저씨 그리고 그의 사촌과 양고기와 함께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림킴 여기서 뭐해~ ㅋㅋㅋ"

"어서와 와인 마셔봐~ ㅋ 아저씨 무지 웃겨, 너 장작 패고 있으니깐 나 보고 조용히 안으로 들어가서 와인 마시자는거 있지~ 너 데리고 들어가려는데 ㅋ 일하게 놔두라는 거야~ ㅋㅋㅋ"

"뭐~! ㅋ 내가 술 다 마셔버려야 겠다~"



림킴은 말도 안 통하는데 잘도 웃고 떠들고 있었다. 옆에서 딸아이가 간단한 통역을 해 주기는 했다. 나도 옆에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 술을 받아 마셨다. 취기가 조금씩 오르자 주인아저씨 농담도 농도가 짙어졌다. 주인 아저씨 농담은 어찌나 재미가 있던지 딸아이가 있는데 아랑곳 않고 19금 이야기를 서스름 없이 했다. 거부감 없이 말하는 아저씨 농담에 우리도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다. 



한참을 웃고 떠들고 났더니 피곤이 몰려왔다. 트레킹 후에 쉬지도 않았으니 당연했다. 우리는 자리를 마무리하고 숙소 방으로 돌아와 한숨 청했다. 방은 깨끗하고 편안했다. 



우리는 그 후 일어나 딸아이가 차려준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

흥정을 통해 숙소를 잡았으면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그 뿐이였다. 오늘은 이상하게 보답을 해야할 듯 싶었다. 그래서 움직였고 우리를 좋게 본 주인 아저씨가 림킴에게 와인을 대접했다. 이에 나도 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보통 같았으면 배낭풀고 저녁 때가 되기를 기다렸다 저녁식사 후 잠을 청했을 텐데 말이다. 



안 했으면 후회할 뻔한 고맙고 즐거운 3박 4일 트레킹 일정이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