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빌리시를 떠난지 10시간이 지나 경유지 주그디디에 도착했다. 새벽 6시 밖은 아직 어두웠다. 과연 이른 새벽부터 메스티아로 가는 차량이 있을까 우려했다. 그러나 기차 플래폼에서 멀지 않은 곳에 관광객을 실어 나르려는 수 많은 차량을 보고 우려가 괜한 걱정임을 알게되었다. 




우리는 메스티아에서 출발할 때 한인 관광객 두 분을 알게 되어 그분들과 택시요금을 나누기로 하고 적당한 차량이 보이면 가격을 협상했다. 3~4번 협상 끝에 괜찮은 가격의 택시를 잡았다. 

택시는 신호를 잘 지키면서도 쏜살같이 주그디디 시내를 빠져나왔다. 말로만 듣던 조지안 드라이버의 운전실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침대가 있는 기차라 나름 편안하게 잠을 잤지만 피곤함이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부족한 잠을 차량에서 청하려 했으나 다이나믹한 운전 실력에 졸린 눈을 부릅뜨고 정면을 응시할 수 밖에 없었다. 




30분 쯤 달리자 구릉지대 너머 웅장한 산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로 태양이 빛을 뿜어 댔다. 조지안 드라이버는 심심했는지 음악을 틀었다. 아침 노을과 차량의 노래소리가 미묘한 조화를 이루는 듯 했다. 피곤함이 숨고 기분이 절로 났다.  




총 3시간 이동거리 중 약 절반 정도 왔을까? 드라이버는 호수 전망이 좋은 휴게소 앞에 차량을 세웠다. 아침 시간이란다. 우리는 식사 생각이 없어 휴게소 내부 구경을 하다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셨다. 호수는 에메랄드 색상을 띄었는데 빙하가 녹은 물이라 색이 독특한 듯 했다. 잠시 후 식사를 마친 드라이버의 신호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로 상태는 생각보다 좋았다. 커뮤니티 또는 블로그에서 비포장 도로가 많다고 하던데 그렇지 않았다. 주그디디에서 메스티아까지 길은 95%이상이 포장 된 도로였다. 차량 렌트하실 분은 참고하시길~




조지안 드라이버가 음악과 함께 신나게 운전하고 있는데 먼 발치에서 경찰이 손을 흔든다. 차량을 세우라는 신호다. 우리 차량 외에 앞에는 메스티아 방향으로 향하는 많은 차량들이 정차하고 있었고, 한쪽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우리는 영문을 몰라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다. 


"지금 이곳 마을 사람들이 정부에서 약속한 도로공사가 진행되지 않자 차량통행을 막고 시위를 벌이고 있어"




군중 가운데에는 마을 대표로 보이는 사람이 일장 연설을 하고 있었다. 나는 카메라를 꺼내들고 그 모습을 찍었다. 마치 취재 사진기자가 된 듯~ 인도 북부 여행할 때 산사태로 6시간 대기했던 경험이 있어 느긋했다. 사진을 찍다 보니 이곳 날씨가 너무 추웠다. 배낭에서 옷을 꺼내 입고 차량을 배회했다. 약 30분이 흘렀을까 군중이 흩어지고 많은 차량이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조지안 드라이버는 다시 신나게 차량을 몰았다.



메스티아는 제법 크고 깨끗한 마을이였다. 비수기인 요즘 성수기를 대비해 숙소 보수공사 및 새로이 건축을 하는 곳이 많았다. 우리는 조지안 드라이버와 작별인사를 하고 미리 예약해 둔 숙소를 찾아 나섰다. 숙소를 찾아 골목을 누비는데 독특한 건축물들이 보였다. 마치 전쟁 시 사용했을 법한 망루 같았다. 트빌리시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힘들었지만 메스티아를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파른 언덕에 자리한 숙소는 찾기 힘들었지만 뷰가 좋았다. 그리고 편히 쉴수 있는 테라스가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숙소에 짐을 풀고 씻었다. 그리고 마을 중심가로 내려가 식사를 하고 테라스에서 일광욕하며 마실 와인 한병 구입했다. 



테라스에서 보낸 휴식은 장시간 이동에 쌓인 피로를 풀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따뜻한 태양에 몸을 녹이며 와인을 마시다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