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3일차 아침이 밝았다. 

6시 30분 정도 기상해 각자 짐을 챙겼다. 해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1층 식당으로 내려가 아침식사를 했다. 오늘도 열심히 걸어야 했기에 든든히 배를 채워두었다. 출발 전 든든하게 물통에 물도 보충한 후 우리는 어젯밤 즐거움을 함께한 독일, 폴란드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은 우리와 반대로 메스티아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숙소를 빠져나와 Adishi 마을이 저 멀리 멀어질 즈음 뒤돌아 삭막하고 폐허 같던 마을을 바라보았다. 참으로 정이 안가는 마을 모습과 마을 사람들이였지만 그곳에서 만난 꺼리낌 없고 친구같은 게스트들이 있었기에 Adishi 마을에서의 경험이 소중해졌다. 정말 안타까운 건 게스트들과 기념사진 한장 못찍었다는 것이다. 아쉬운 만큼 마음속에 그리고 기억속에 오래오래 간직하리라.




Adishi 마을에서 림킴과 나에게 준 선물이 소중한 추억 말고 또 하나가 있었다. 그 선물은 바로 강아지였다. 우리가 Adishi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 강아지는 우리 나라로 치면 개 수준에 들지만 이곳 개 덩치에 비하면 강아지 수준이고 뛰는 모습이 천진난만 그 자체였다. 어찌나 애교를 피우던지 뛰거나 걷는 모습을 보면 힘들줄 모르고 따라가게 된다. 그 만큼 매력이 있는 강아지이다. 

아무튼 이 Adishi는 Adishi 마을을 출발하면서 부터 우리를 따라 왔는데 보통 개들이 쫒아 오면 일정 거리를 따라오다가 다시 되돌아가기 마련인데 Adishi는 우리 다음 목적지까지 따라와서 놀랬다. 




3일차 코스는 우리가 그리던 그 트레킹 코스의 표본이였다. 차도가 없는 산길을 따라 걷는 길이었다. 나중에 비포장 도로가 나왔지만 워낙 골짜기라 왕래하는 차량이 없었다. 빙하가 녹아 만든 계곡물을 옆으로 정면에는 태양빛을 받으면서 걷는 기분은 마치 내가 야생의 일부분이 된 듯 했다. 온몸 전체가 맑아 지는 듯 했고 발걸음도 가벼웠다. 





조금씩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막다른 길이 나왔다. GPS 상에도 계곡을 건너가라고 표시가 되었다. 어제 폴란드인 친구가 얼음물을 건너왔다고 했는데 그곳이 바로 이곳임을 알게 되었다. 미리 건널 준비를 마친 외국인들이 시범을 보이고 림킴과 나도 서둘러 건널 채비를 마쳤다. 그리고 림킴이 앞서 외국인들이 했던 방식과 같이 자신있게 등산화를 건너편으로 던졌다.


"으악"



던지는 순간 신발을 놓쳐 그대로 계곡물에 빠져버린 것이다. 나는 맨발로 계곡물에 뛰어들어 등산화를 잡아보려 했지만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먼저 건너간 외국인 중 한명이 등산화를 잡으려 했지만 역시 놓치게 되었다. 나는 등산화가 없이는 전진도 후진도 어려운 상황임을 직감하고 떠내려가는 등산화를 쫒아 갔지만 무리였다. 



나도 림킴도 패닉에 빠졌다. 그리고 나는 맨발로 얼음장 같은 물과 돌 위에서 서 있으려니 신경이 곤두 섰다. 어쩌지 못하는 림킴에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 양말과 등산화 신고 빨리 내 쪽으로 와!!!"



지금 생각하면 너무 심하게 소리를 질러 림킴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발이 너무 아팠다. 조금이라도 서둘러 신발을 찾기 위해 내 양말과 신발을 신고 내 뒤를 따라왔으면 했는데... 림킴은 맨발 그대로 내 뒤를 쫒아 오고 있는게 아닌가... 그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림킴이 신고 온 양말과 신발 중에 양말을 받아 신었다. 내 신발은 림킴이 신고 있었다. 양말을 착용하니 발끝에 온기가 돌았다. 이제 좀 살것 같았다. 다소 진정이 되자 떠내려간 신발이 보이지 않았던 지점을 중심으로 살펴 보았다. 그러자 돌 뿌리에 걸린 등산화가 보였다. 다행이 손 뻗으면 닿을 거리라 재차 떠내려가지 않게 조심히 등산화를 움켜 쥐어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보였다. 그러자 건너편 외국인들이 환호해 주었다. 그들은 우리가 계곡을 무사히 건널 때 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기다려 주었고 우리가 다 건너자 그들은 작별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림킴의 신발 한짝이 완전히 젖었으나 없는 것 보다는 다행이었다. 마른 양말을 신고 그 위에 비닐은 씌워 양말이 다시 젖지 않도록 했다. 나는 림킴을 진정시키고 다친 사람 없으니 다행이다 생각했다. 그러다 멋진 빙하가 한눈에 보이는 지점에 도착할 즈음 림킴을 원망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왜 림킴은 그렇게 밖에 던질 생각을 못 했던 거지?'

'왜 림킴은 가방에 매달아 건널 생각은 못 했던 거지?'


(점심 먹을 때 벗어 놓은 양말과 빌닐봉투)


나는 원망 섞인 생각을 하다가 림킴에게 말하면 속 좁은 사람이 될 것 같아 말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내 행동으로 속 좁은 사람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나는 속마음이 겉으로 훤히 드러나는 사람이라 림킴에게 걷는 내내 퉁명스럽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한 바탕 다툼 끝내 림킴에 대한 원망이 사그라들었다. 





Adishi 마을을 출발 직후 내가 림킴에게 한 말이 현실이 되어 돌아 오리라고 생각도 못했다.

"림킴 오늘은 어떤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첫째 날은 감사한 저녁과 휴식이, 둘째날은 즐거웠던 저녁식사가 있었잖아"

"음~ 나도 기대돼~"

....

....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속 좁게 구는 바람에 멋진 빙하 풍경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기념사진은 찍었지만 어디까지나 사진일 뿐 가슴으로 느낄 마음의 여유가 없었으니 그 점이 림킴에게 미안하고 아쉽다. 위안으로 삶는다면 타인의 실수에 대해 비난하지 않기로 했다. 림킴의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잇는 실수' 였다. 그렇다. 나도 할 수 있었고, 외국인들도 할 수 있는 실수 였다. 나는 정작 림킴에게 기대가 컸으나 관용을 배풀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림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우리 내일 마지막 트래킹은 즐겁게 잘 마무리 하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