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티아 - 우쉬굴리 트레킹 2일차
오늘의 목적지는 Adishi이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신속하게 떠날 채비를 한다. 아침 식사는 간소했다. 그래도 배낭에 있는 식량에 비하면 진수성찬이다. 숙소 부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길을 나섰다.
어제 비포장 도로가 나오면서 걷는 중간중간 소도 만나고, 말도 마주치면서 이곳이 아직 가축에 의존해 삶을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도로가 제대로 갖추어 지지 않았으니 차량 통행 및 기계 운반이 어려운 것이다. Tsvirmi 도착하고 나서는 확신하게 되었다. 마을 골목은 가축들의 배설물로 가득했고 집집마다 소, 말, 돼지, 닭을 기르고 있었다. 그리고 보통 집들이 2층 구조로 되어 있는데 1층은 가축이 지내는 장소로 2층은 사람들의 생활공간으로 쓰이는 듯 했다.
아침 Tsvirmi 모습은 정겨웠다. 소를 몰고 가는 청년부터 외양간 청소를 하는 아낙네 등 저마나 분주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우리도 분주히 걸음을 옮겼다.
오늘 코스는 지도상으로 보아 차가 다닐 수 있는 비포장 도로를 걷다가 사람만 다닐 수 있는 산길로 예상 되었다. 고도는 2800미터 까지 올라 갔다가 다시 2000미터 지점에 자리한 Adishi 마을에 도착하면서 끝나게 된다.
저 멀리 마을 뒤편으로 설산이 보인다. 아마도 우리가 향하는 방향 같았다. Tsvirmi 마을을 빠져나와 비포장 도로를 걸었다. 차가 없어 매연과 먼지로 부터 방해는 적었다. 그러나 경사가 문제였다. 2800 미터까지 올라가야 했기에 경사는 끝이 없었다. 그리고 이 비포장 도로는 스키장 슬로프 같았다. 옆으로는 리프트가 자리하고 있었고 간혹 공사 차량의 왕래가 있었다.
경사로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풍경을 즐길 여유도 없었다. 단지 내 발끝만 처다보며 천천히 묵묵히 걷기만 했다. 그러다 림킴이 짜증을 내었다. 아마도 빨리 걸어 올라가고 싶은데 숨은 차고 체력은 떨어지고 마음과 같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그런 림킴의 마음을 알고 있는 나도 버럭 짜증이 났다. 최대한 진정하고 말하려 했지만 짜증섞인 잔소리가 되었다.
"림킴! 너무 빨리 걸으려 하지마. 천천히 숨을 고르고 한발 한발 디뎌 그럼 힘도 덜 들고 괜찮을꺼야.."
"됐어!! 내 페이스 대로 걸을꺼야. 잔소리 하지마!"
그 말과 끝나기 동시에 나는 묵묵히 천천히 걸었다. 반면 림킴은 걷다가 쉬다를 반복했다. 결국 우리 둘 사이는 벌어 졌다. 이때 토끼와 거북이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나는 림킴을 기다릴 겸 자리에 서서 뒤를 돌아 봤다. 광활한 자연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산맥이 우리를 둘러 싼 듯 했다. 림킴이 올라 오는 동안 나는 사진을 찍었다. 그 동안 림킴은 내가 있는 곳에 도착해서 잠시 숨을 골르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안아 주었다.
"조금만 힘내자"
2800 고지에 도착했다. 이곳이 산 꼭대기는 아니지만 전망은 환상적이였다. 설산이 눈앞에 서 있는 듯 했고, 발 밑에는 마른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스키장 슬로프 비포장 길을 걷다가 비록 매마른 풀에 발을 딛는 순간 기운이 다시 살아 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설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이 좋았다.
이후 Adishi 마을까지 내리막 길이었다. 처음은 완만 했으나 나중가서는 경사가 다소 급했다. 등산스틱을 이용해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게 천천히 내려 갔다. Adishi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왠지 폐허가 된 마을 같았다. 이곳에 과연 우리가 묵을 숙소가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삭막해 보였다. 그리고 왠지 이곳 마을이 작아 가격 담합이 되어 물가가 비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다. 비수기 임에도 숙소 주인들은 높은 가격을 제시했고, 우리가 다음 숙소로 이동하면 그쪽 숙소로 연락을 해서 관광객이 가고 있음을 알려 주었다.
우리는 최대한 예산을 아껴야 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흥정이 가능한 곳을 찾았다. 그러던 중 한 숙소에서 외국인 관광객(독일인, 폴란드인)과 합류하게 되었다. 지금도 신기한 것이 그 숙소는 Adishi 마을에서 가장 안쪽에 위치한 숙소였는데 그곳에서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만나게 된 것이다. 여튼 이제 우리 인원은 4명이 되어 협상력을 더 발휘할 수 있겠다 싶어 마지막 숙소로 들어갔다. 우리 인원 중 폴란드 인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러시아어를 할 줄 알아서 다행히 저녁, 아침을 포함해 나름 괜찮은 가격에 합의를 이끌어 냈다. 우리는 금새 친해졌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기다리다가 림킴이 외국인 친구들과 맥주를 사오겠다는 것이다. 이 Adishi 마을에 여자 3이 보내기 걱정되지만 숙소 안에 짐도 지켜야 했기에 다녀오라고 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걱정되는 마음에 림킴을 찾아 나섰다. 숙소 문앞을 나와 숙소 바로 아래 있는 동네 구멍가게로 보이는 곳으로 갔다. 그 곳에는 현지인 사장과 림킴과 외국인 3명이서 와인을 먹고 즐겁게 놀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다행이다 싶기도 했지만 걱정하는 내 마음도 모르고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림킴이 야속하기도 했다.
다행히 별일 없어서 나도 그 자리에 합류해 시간을 보내다가 숙소로 돌아 왔다. 참, 구멍가게에 맥주는 없었다. 빈손으로 숙소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갖었다. 그런데 왠걸 사람이 없어 보이던 이곳에 우리 포함해 관광객이 10명이나 묵게 된 것이다. 모두 원탁에 빙 둘러 앉아 식사가 나오길 기다렸다. 나는 이런 분위기가 처음이라 가만히 있었다. 그중 괴짜로 보이는 그리스 아저씨가 맥주를 가져왔다. 그것도 피쳐 4병이나.. 모두 잔을 채우고 건배와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 처음에 조금 어색 했지만 알코올이 들어가자 아내 분위기는 달아 올랐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만큼이나 맥주도 금새 밑을 보였다. 그래서 괴짜 그리스 아저씨는 숙소에서 판매하는 술도 구입해 돌렸다. 그 술은 차차라는 조지아 전통 술인데 우리나라 소주와 같은 위상을 지닌다고 한다. 하지만 도수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모두가 마시기를 주저하는데 괴짜 아저씨는 술잔을 돌리며 건배를 유도했다. 모두들 그 권유가 싫지 않았는지 잔을 들고 단숨에 잔을 비웠다. 그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 저녁 11시가 넘었다. 다음날 일찍 떠나야 했기에 우리는 먼저 자리를 일어 났다.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니지만 Adishi라는 마을에 고생스럽게 와서 외국인들과 어울리는 경험은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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