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트빌리시 국제공항에 도착한 건 21시 40분.

작은 규모의 공항은 깔끔하고 신속했다. 우리는 짐을 찾고 오늘 첫 숙소에 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나는 2년 전 네팔,인도 배낭여행을 하면서 여행 원칙을 하나 세운 바 있다. '현지 대중교통을 최대한 이용하자는 것'이 그것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택시보다는 버스를 이용하고 싶었다. (조지아 택시에는 미터기가 없다.) 더욱이 조지아 대중교통 요금은 50센트 라리(한화 250원 수준)으로 너무나 저렴했다. 


"기석아 오랜 비행으로 몸도 힘들고 짐도 있고, 버스는 숙소까지 50분, 택시는 15분이면(구글지도 기준*) 간다고 하니 우리 택시타고 가서 쉬자."


"어... 어?...... 그럼 다른 관광객을 찾아 택시요금 쉐어해 보자."



나는 어떻게든 택시 바가지 요금을 피하고 싶어, 공항 입국장에서 환전 창구와 USIM을 구입처에서 관광객을 찾아 다녔다. 다행히 한국인 2분을 만났고, 함께 택시를 탈 것을 제안했다. 나의 제안을 받아 들인 한국인 일행과 공항을 나오자마자 줄지어 서 있던 택시 기사들과의 요금 흥정이 시작했다.


"자유광장까지 얼마면 가니?"

"50라리(한화 약 2만 5천원)"


음... 이곳 물가 체감이 안된 상태임에도 왠지 바가지를 쓰는 느낌은 뭘까?

결국 림킴도 택시요금을 셰어하기로했던 분들의 의견에 따라 버스를 타기로 한다. 다행이다.



관광객을 위한 37번 버스  


앞서 말했듯, 조지아 내 버스 요금은 단돈 0.5 라리, 한화로 약 250원이다. 버스의 내부는 생각보다 깔끔하고 넓었다. 조지아 도시 내 대중교통은 대부분 교통카드로 요금결제를 한다. 버스 내 카드 단말기는 앞, 중간, 뒷 3곳에 있고, 동전 단말기는 중간에 위치해 있다. 재미있는 건 우리나라 80~90년대 처럼 버스 승무원이 있어, 요금 지불하는 방법을 물으면 친절하게 도와준다. 


37번 버스는 여행객의 중심지 자유광장(Liberty Square) 및 버스 터미널 디두베(Didube), 기차역 스테이션스퀘어(Station Square) 등을 다닌다. 즉, 티빌리시 내 웬만한 관광지를 모두 다닐 수 있다는 얘기다. 



공항 환전도 추천!


동남아나 기타 외국을 여행할 경우 공항 환율을 상대적으로 나쁘지 때문에 추천을 하지 않지만 이곳 조지아는 공항 환율이 의외로 괜찮았다. 내가 도착 당시 환율은 1달러 당 2.61 이였는데 시내 어디를 돌아다녀도 이만한 환율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입국장에서 나오면 사설 환전소가 여러 개를 볼 수 있다. 이곳에서 환율이 가장 높은 곳을 찾아 환전을 하길 추천한다. 단, 버스를 이용해야 하니, 동전 50센트 라리를 미리 챙겨 두는 것이 좋다!



나는 여행할 때 사전에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잘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 현지 낯선 모습에서 오는 설레임과 우연한 기회에서 오는 재미가 반감이 되는 걸 우려하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은.. 게으름이 더 큰 이유다.


내가 예약한 숙소가 자유광장 인근으로 알고 일행 2분과 방향이 같다며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 ㅜㅜ

우리의 숙소는 트빌리시 중앙 쿠라강을 중심으로 동쪽.. 다시 말해 자유광장과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림킴이 버스에서 구글지도 길찾기를 통해 계속 숙소가는 방향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걸 깡그리 무시해 버렸지 뭐람..


내 무식함 덕분에 우리는 그토록 그리던 자유광장에서 내려 되돌아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수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나 민망하고 미안하던지.. 또 버스는 왜 안오는 거야.. 우리는 결국 무거운 배낭을 매고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배도 고프고 잠은 쏟아지고.. 이런 상황에서도 쿠라강을 건널 때 트빌리시 야경 모습은 아름다웠다. 


"림킴! 내 멍청함 덕분에 이런 호사도 누리고 좋지!?"


이 말이 화근이 되어 이후 숙소 도착 때까지 나는 한마디도 건넬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