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 위한 수도원 다비드 가레자
David Garedzha
비포장 도로에 흔들리는 차량 안에서 서서히 지켜잘 때 즈음 다비드 가레자의 멋진 자연 경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3시간 동안 도로 위에서 마주친 차량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런데 이곳 주차장에는 45인승 대형버스를 비롯해 많은 차량있었다. 그 만큼 이곳이 인기있는 곳이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차량에서 내려 뻐근한 몸을 풀고 수도원으로 걸어 올라갔다. 이곳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천천히 수도원 입구로 걸음을 옮긴다.
수도원 입구를 들어섰다.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태초 이곳은 암석을 파내 동굴에서 부터 수도생활을 시작한 듯 하다. 그러다 차츰 벽을 쌓아 예배당으로 활용하는 등 공간을 점차 활용한 듯하다. 지금도 수도원 내부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수도원 내부에서 관광객이 둘러 볼 곳은 그리 많이 않았다. 대부분 예배당을 둘러보고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이내 수도원을 빠져나와 수도원 뒤편 등산로로 향했다. (이곳 다비드 가레자에 대한 정보는 자유광장 투어버스 매니저가 나누어 준 유인물에 아주 자세히 안내 되어있다. 우리는 이걸 읽어보지 않고 지갑을 만들어 버렸다.)
참으로 다행인 건 우리가 등산화를 신고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많은 관광객이 운동화를 착용한 상태로 이곳을 오르지만 경험으로는 안전을 위해 가능하면 등산화를 착용하기를 추천한다.
등산로는 굳이 안 올라가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출발까지 2시간을 지루하게 기다리는게 더 고통이기에 '한번 가보자.'는 심정으로 올랐다. 수도원 뒤편에 다다르자 산 중턱을 오르내리는 많은 관광객이 보였다. 아! 여기가 얼핏 유인물에서 본 관광 코스라는 걸 알게 되었다.
쭉 뻗은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좌측으로 광활한 자연 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주차장 도착 후 바로 눈에 보이는 경관 이지만 다른 위치에서 바라본 보습은 또 새로웠다. 등산로 곳곳 관광객들은 자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거나 자리에 앉아 감상에 잠겨 있었다. 우리도 한참을 말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마치 눈에 담아 가는 것으로 부족해 마음에 새기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눈 앞에 자연은 아름다웠다.
감상을 뒤로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등산로 경사가 차츰 낮아지면서 빨간색 건물지붕 하나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 건물 한편에는 군인 두명이 군기가 빠진 모습으로 한켠에 앉아 있었다. 내가 그들 뒤로 보이는 풍경을 찍으려 카메라를 들자 이들이 촬영하면 안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가파른 절벽 뒤로 드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었다. 그쪽은 아제르바이잔 땅으로 사진 촬영이 안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깐 자신들을 찍지 말라는 신호였다.
이곳이 재미있는 건 군인들이 있는 감시초소를 중심으로 조지아 방향은 척박해 보이는 산맥이, 아제르바이잔 방향은 비옥해 보이는 초원이 펼쳐 보인다는 것이다. 초소 부근에서 아제르바이잔 초원을 천천히 둘러 보았다. 곳곳에 양때로 보이는 무리가 있었고, 큰 저수지도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 문득 초원 아래서 이곳을 올려다보면 과연 어떤 모습일지 떠올려 보았다.
한참을 초원을 바라보다 절벽이라 길이 없을 것 같던 곳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걸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동선을 따라 시선을 옮겨보니 절벽 중간에 수많은 동굴이 보였다. 하필 아침, 점심을 부실하게 때워 허기가 져 내려가려 던 참 이였는데...
'또.. 볼게 남아있었네...'
언제 또 와 보겠냐는 생각에 조심조심 좁을 절벽길을 걸었다. 절벽 동굴 내부는 크지 않았지만 저마다 그 형태가 달랐다. 일부는 여러개 방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마치 주방과
침실이 나누어져 있는 집 같았다. 그리고 다른 동굴은 높은 천장에 신성해 보이는 벽화가 그러져 있어 나도 모르게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
많은 동굴을 일일이 둘러 보다보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다가왔다. 우리는 주차장으로 서둘러 내려갔다. 주차장은 이곳을 떠나려는 차량으로 분주했다.
해가 지평선을 향해 넘어가고 있을 때 즈음 차량은 정차했다. 도로 한편으로 2~3개 레스토랑이 영업을 하고 있었고 도로 건너편으로 가옥이 늘어서 있었다. 우리 흰색 건물로 향했다. 레스토랑 내부는 테이블도 많았고, 주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메뉴판과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여흥을 돋았다. 테이블 한 켠에는 현지 아낙들이 저녁모임을 갖는 것 같았다. 그중 일부는 기타와 비슷한 악기로 연주를 했고, 사람들은 그 선율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합창과 제창 그리고 독창으로 구성된 멋진 노래였다. 이내 그들의 음식이 식탁이 오르고 의식 같았던 시간도 마무리 되었다.
우리는 한번에 몰린 주문에 식사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대신 레스토랑 뒤뜰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시원한 생맥주로 허기진 배를 달래었다. 다시 떠올려 봐도 꿈만 같았던 다비드 가레자 투어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조지아 트빌리시를 방문한다면 꼭 가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