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기억이 희미해진 오키나와 여행.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이 정도다. 일상이 너무 짙다.



남이 어떻게 먹고 사는가 구경하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대신 내 일이면 골치다.  



왠지 CCTV 같아 보이는 건 내가 죄 많은 중생이기 때문인 걸로.



렌트카의 네비게이션 언니는 어눌한 한국어로 줄곧 "오른쪽으로 비스듬히"라고 말했다.



놓여진 건지 버려진 건지



놓여져 있는 건지 버려져 있는 건지 2



해만 지면 그렇게 스산해지더라. 일본은 공포 영화와 특히나 잘 어울리는 나라 중 하나 같다.



아쉬웠던 건 예쁜 산호 때문에 바다를 맨발로 즐길 수 없었다는 점. 

추라우미 수족관을 갔었다.



출근길 어느 날

횟집 앞 수족관이 눈에 들어 왔다.



작은 수족관에서

빙글빙글 헤엄치던 물고기들...



마치 나를 보는 듯했다.



매일매일이 반복되는 일상 속 내 모습처럼...

회사, 집, 회사, 집 



어디 인터뷰 기사를 보니 선진국은 근로 시간이 짧아

여가가 많다고 하던데...



세계 최고 추라우미 수족관 속 물고기들은 

좀 다르려나...












'여행 > 일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y_어쩌면 마지막 업로드  (0) 2017.01.16
g_추라우미 수족관을 갔었다 02  (0) 2017.01.12
g_추라우미 수족관을 갔었다 01  (0) 2017.01.12
y_여행다운 여행을 했다  (0) 2017.01.07
y_시간의 역행  (0) 2017.01.06
y_오키오키 오키나와에서  (0) 2017.01.06

추라우미 수족관을 갔었다. 



오키나와를 다녀온 대부분이 "추라우미~ 추라우미~"를 입에 달기에 



오키나와에 왔으니 그래도 가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갔다. 



추라우미 수족관에 와 보니 

"추라우미~ 추라우미~"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고래상어가 곧게 서는 진귀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물 반 고기 반" 이란 말 그대로

수족관 내부는 물 반 고기 반 이였다.



그 후 우리도 

"추라우미~ 추라우미~"를 입에 달게 되었다. 


추라우미 수족관을 갔었다. 



특별한 장식이 없는 수족관에



손바닥 크기의 해파리 여러마리가 있었다.



그들은 그저 몸을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 중 일부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지켜 봤고



다른 일부는 관심 없는 듯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조용히 움직이는 여러마리의 해파리를



초점이 나가 두 번을 찍었는데, 그냥 초점 나간 사진이 마음에 든다. 가끔 내 눈도 초점이 나가 멍하게 사물을 쳐다 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마음이 고요하니 편하더라. 



여행 이틀 째, 비가 퍼부었다. 덕분에 돈 주고도 못할 경험을 했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워서는 세차게 부서지는 파도를 하염없이 바라 보며 맥주를 마셨다(나는 운전을 안 하므로). 오키나와 여행에서 꼽는 기억의 남는 순간 중 하나다. 



g가 준 시그마라는 디지털카메라는 여간 찍기가 힘든 게 아니다. 일단 셔터 속도가 느리다. 그리고 화면에 보이는 것과 높낮이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내가 담고자 했던 것과는 꼭 다른 것이 담겨있다. 아. 이건 뭐 내가 못 찍어서 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그래서 여러 번 다시 찍다 보면 또 배터리가 나가고 없다. 하지만 금세 이유 없이 시그마가 좋아져 버렸다. 이래서 정이 무섭다고들 하는 건가 보다. 



수산물 직판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오더가 들어오면, 주문서를 색색의 자석 아래 놓아둔다. 우리는 3번이었다. 모듬 회를 800엔에 주고 샀는데, 한 접시 가득 나왔다. 그 중 최고는 이라부치(파랑비늘돔)였다.  



역시나 자판기의 나라. 오키나와도 어김없었다.



바닷가 마을은 뭔가 달랐다. 거침의 매력이 있었다. 간판을 보기 힘들다는 것이 그 매력을 배가 시켰다. 간판보다 흔한 것은 페인트로 적어 둔 상호명과 전화번호였다. 그리고 대부분이 바람에 색이 다 바래어 있었다.



차를 타고 가다 플리마켓을 발견하곤 곤바로 차를 세웠다. 그곳에서 우리는 운이 좋게도 예쁜 전등을 200엔에, 롱 치마를 100엔에 그리고 유리 호리병을 10엔에 샀다. 



리마켓에서 만난 할아버지에게는 간지가 넘쳤다. 요즘 말로는 스웩이고, 우리나라 말로는 멋.



바다의 가능성은 무한대. 나의 가능성은 유한대. 그러니 인간은 자연 앞에서 작아지는 거다. 양육강식이 따로 없다.



우리가 평소에 잘하는 게 있다면 단연 싸움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얼마나 싸울지 걱정이 됐다. 5박 6일 동안의 여정 동안 단 2번! 크고 작게 싸웠다. 이 엄청난 선방은 만천하에 자랑할 만하다. 



건너야 할 타이밍이었는데 이 흔들린 사진을 찍겠다고 버팅겼다. 빨간불로 바뀌면 또 기다려서라도 다시금 잘 찍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냥 따라 건넜다. 그러자 또 다른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서행하시오, 멈추시오, 진입금지, 공사중을 이라고 적혀 있겠거니 했다. 이 간판들을 발견한 것 또한 재미있었다.



여행 내내 진입하지 못하는 것도 멈춰야 할 것도 없어서 좋았다. 감정적으로 그랬다. 덕분에 g랑 계급장 떼고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역시나 차 렌트는 옳은 선택이었다.  

여행/일본

y_시간의 역행

2017. 1. 6. 22:16

우연히 돈키호테에서 구입한 일회용 카메라는 총 39장을 찍을 수 있었다. 이 중에서 4장은 한국에 와서 찍었다(그냥 어쩌다 보니 깜빡해서). 결국 일본에서는 35장을 찍은 건데, 막상 인화한 사진을 받아 보니 그 4장이 너무도 아까웠다. 이런 더 찍어 올 걸.  



집으로 가기 전 마지막 만찬을 즐긴 이곳에서 g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짧은 영어로 물었다. "이곳 오키나와에서 외국인이 빌딩을 살 수 있습니까?" 리틀 트럼프를 꿈꾸는 부동산 꿈나무인 데다, 오키나와에 흠뻑 빠진 관광객이었기 때문이다. 딴 이유는 없다.





신성한 지역으로 유명한 유적지, 세이화우타키를 다녀온 이후로 돌멩이를 보면 소원을 비는 습관이 생겼다. 





가 보고 싶었던 빈티지 가구 가게들이 오전 11:00 정도에 문을 열었다. 못내 아쉬웠는지 g는 나에게 짜증을 냈다. 고놈 성격하고는 참... !   




문도 열지 않은 가게를 계속해서 기웃기웃. 마침 새벽에 눈이 번쩍 떠져 문을 일찍 연 사장님 덕에 가게를 구경할 수 있었다, 하는 행운 따위는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g가 감성으로 담아낸 정갈한 쓰레기.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열지 않아 더욱 들어가 보고 싶었던 빈티지 가게 ! 그리고 그 때문에 섭섭한 g의 마음. 이는 곧 짜증으로 이어졌는데.... 이런 점마저도 사랑하기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간 오키나와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바, 기대가 컸음에도 직접 간 그곳은 실망스럽지 않았다. 조용했고, 걷기에 좋았다. 연신 카메라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동네는 '나고 시'다.                                              




퇴폐 업소처럼 보이던 상가의 외관이다. 검정, 오렌지, 그리고 바이올렛 색이 생각보다 굉장히 잘 어울려서 언젠가는 저런 색의 조합으로 옷을 입어 보아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종종 g의 시선이 함께 머물었음을 나중에 g의 카메라를 보고선 알았다.  '어머!' 라며 괜한 사랑을 느꼈음을 고백하나, 세상 모든 커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라는 것을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다행이도). 응. 그래





오래전부터 생각한 거다. '세상 모든 종의 새끼들은 귀엽다'.  사람 새끼,  멍멍이 새끼, 원숭이 새끼 할 것 없이 예외는 없다. 반대로 어른들은 왜 다들 귀여울 수 없는지. 서른 줄의 사람(나 말이다)이 귀여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음... 그냥 귀엽기는 포기하는 것으로! 




그림자가 예뻐서 찍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끝. 




고양이가 햇볕에 샤워를 하듯이 온몸을 부비적거렸다. 조금은 쓸쓸해 보였다. 혼자 목욕탕에서 등 가려운데 밀어 달라 할 사람 없는 이 같아 보여서. 저기요, 고양이 등 밀어 줄 때밀이 아주머니 찾습니다..




조그마한 커피 집에 멋짐이 넘친다. 신기하고도 기쁘다. '멋짐'이란 건  크기, 화려함 만으로는 절대로  채울 수 없으니, 만세를 불러도 좋다. 




'이노커피'는 꽤나 유명한 집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커피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무엇보다도 주인장 아저씨가 정말 커피를 정성스럽게 내려 주신다. 한쪽에 있던 브로치가 눈에 들어왔다. 훈장 같아 보였다. 최근 내 일/삶에 그리 정성스럽지 못했던 나는 괜스레 머쓱해졌다. 아니다.  그간 정성스럽게 농땡이를 쳤고, 퇴근 후엔 집에서 잠만 오지게 잤으니 그럴 필요가 없다.




쓰레기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니 쓰레기는 쓰레기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의 쓰레기들은 하나같이 다 정갈했다. "쓰레기야, 머리 안 감고 돌아다녀서 미안해."